시작하며
시간은 정말 나이를 먹을 수록 빠르게 지나가는 것일까? 매번 지난 회고를 돌이켜보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는 얘기로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올해에도 역시나다.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이전 회고글과 같이 기술적으로 매력적인 신입이 되고자하는 회고라기보다는 이번 글은 회고라고 적기는 했으나 취준 과정 그리고 입사 이후에 대한 일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되돌아본 2022
크게 올 한해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2022.01~2022.02 | 당근마켓 플랫폼 서버 Golang 개발자 인턴으로 근무했다.
- 2022.03~2022.04 |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취준생으로서 노력했다.
- 2022.03 | 고독한 취준 시기이고 이후에도 고독한 직장인이 되겠지만 그를 위해 취미 하나쯤은 갖고자 기타 레슨을 시작했다.
- 2022.04 | 취준을 마치고 홀로 🇺🇸미국여행을 다녀왔다. 향후 N년간은 겪어보지 못할 것 같다.
- 2022.05 | 행운이게도 고맙고 좋은 사람을 만났다.
- 2022.05 | 데브시스터즈에 데브옵스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또 인생 첫 자취를 시작했다.
- 2022.07 | 회사에 적응 후 관심있던 istio 관련 업무를 주로 보고 있다.
- 2022.09 | 새로운 k8s와 클라우드 인프라 관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할 때이다.
동료들과 종종 “진수님은 요즘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이런 얘기를 나누게 될 때가 있다. 올해의 나는 항상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26년 인생 중 가장 행복한 한해를 보내고있다"고.
그렇게 싫어했던 대학 졸업반이 되며 암기형, 족보형 대학 시험들로 부터 해방될 수 있었고, 대학 시험과 달리 채용 절차에서는 내 흥미와 개성을 살려 해왔던 공부와 작업들, 내가 가진 태도가 생각보다 매력적으로 평가받았음에 감사하고 뿌듯했다.
입사 후에도 마음 한 켠에 인간적인 외로움이 크게 자리 잡을 수 있었을텐데 운 좋게도 고맙고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기까지의 과정들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수 있지만 그런 조금은 아프고 힘들었던 과정들이 감사히도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한다.
요즘은 데브옵스 엔지니어로서 관심있던 istio를 주로 담당해나가며 책임감이 커져가고 있다.
2022년에 목표했던 것
이전에 작성했던 “2021년 회고”를 보면 올해 2022년에는 이런 3가지 계획을 세웠었다.
- 지식의 깊이를 더 깊게 해야겠다
- 분야별 책 읽기
- 동영상 강의 꾸준히 시청하기
- 선택과 집중을 하자
- 너무 다양한 분야보다는 내가 우선순위에 둔 기술들을 위주로 개수는 적더라도 깊이있게 공부해나가자
- 운동을 소홀히 하지말자
먼저 1번에 대해 피드백 해보자.
작년에는 MSA나 CQRS, Spring들을 주로 공부했었고, 웹에 나와있는 아티클들을 복붙해가며 단순한 개발을 해나가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 같다. 당시에 이런 식으로 작업해나갔던 것이 잘못됐다고 후회하지는 않는다. 당시는 그런 다양한 개발 경험이 필요했고 그를 통해 다양한 지식도 습득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너무 두서 없이 이 글 저 글 짬뽕해서 적용하고 끝. 이러다보니 실제로 머릿 속에서 체계가 잘 잡히진 않는 느낌이었다. 따라서 좀 더 깊이를 깊게 하고자 했다.
올해 초에는 NoSQL과 관련된 “NoSQL 철저 입문”이라는 책을 읽었다. 당근마켓에서 인턴을 하면서 DynamoDB나 Redis와 같은 데이터베이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항상 궁금했던 NoSQL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됐었다. 사실 지금은 이 책을 완독한 지 반년이 지나자 그닥 내용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 다시 찾아보면 빠른 시간에 슥슥 습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책을 완독한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오랜만에 완독을 했다는 것 또한 꽤나 뿌듯했다.
입사 후에는 네트워크에 관련된 내용들을 많이 다루고 있고, 그 중에서도 istio를 주로 다루고 있다. 프로덕션의 istio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꽤나 알아야하는 내용들이 많고 istio는 섬세하고 신중하게 다뤄져야하는 녀석이다. 게다가 이 녀석은 한국어로 된 자료가 많지도 않으며 버전별 변경사항이 많아 블로그 글 짜깁기 방식으로는 공부를 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다음 세 가지를 바탕으로 공부하고 있다.
- Istio의 공식 문서
- 도서 - Istio in Action
- Istio release notes
istio를 공부하고 책임지고 업무를 진행하면서 참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istio 뿐만 아니라 kafka, zookeeper등과도 관련된 내용이기도 하다.
- 버전을 왜 주의하며 작업해야하는지
- 서로 다른 버전간의 변경 동안 서비스의 무중단을 위해 어떤 것을 신경써야할지
- 경우에 따라 코드 단까지 파헤쳐서 원인을 파헤치는 것
- 뛰어난 동료가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 대부분의 제품들에는 log level을 조절할 수 있고 뭔가 안된다싶으면 log level을 낮춰보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 envoy proxy가 양측에 존재하는 경우, 서버쪽에만 존재하는 경우, 클라이언트 측에만 존재하는 경우 각각 어떻게 동작하는지. ← 이 부분은 주로 공식 문서에서는 제대로 소개된 글이 없는 것이 보통은 envoy proxy가 양쪽에 존재하는 경우에 대해서만 다루기 때문이다.
- replica가 개수에 따라 동작이 다를 수 있다는 점. 따라서 여유가 된다면 가능한 경우를 모두 사전에 테스트해봐야할 수 있다.
- replica가 stand alone으로 한 대만 존재하는 경우
- replica가 2대가 존재하는 경우
- replica가 3대가 존재하는 경우
- replica가 4대(짝수)가 존재하는 경우
- …
어쨌든 목표대로 Istio in Action 이라는 책도 열심히 읽고 있고 점점 책 읽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다음에는 아마 Linux 커널 관련한 책을 한 권 더 읽어보지 않을까싶다. 현실적으로 2022년의 남은 3개월 동안 한 권만 더 제대로 읽어도 나는 만족한다.
따라서 “1. 지식의 깊이를 더 깊게 해야겠다“는 잘 지켜진 것 같다.
2번 “선택과 집중” 관련해서는 잘까진 아니어도 준수하게는 지켜지고 있는 듯하다.
솔직히 알아야하는게 너무 너무 많은데… 나름 내 페이스대로 일상도 챙기면서 집중하기로 선택한 분야부터 쳐내가다보면 시간이 흘렀을 때 넓으면서도 깊은 사람이 될 수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올해에 선택한 분야는 Linux
와 Istio
및 네트워크
이다. 왜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되었는가는 아무래도 팀원들의 영향이 좀 있었는데 팀에 Linux와 네트워크 고수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나도 Linux를 좋아했고 Network도 신기해했던 분야였는데 우리 팀원분들과 함께라면 좀 더 수월하게 공부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주워 듣는 키워드들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는 듯하다.
Istio는 내가 입사 전부터 관심은 있지만 경험해볼 일은 없던 제품이었는데 우연히 팀원분의 Istio 작업을 참관하게 됐었고 흥미가 가게 되었다. 더불어 아이러니하게도 팀내의 Linux와 네트워크 고수는 많았지만 이 분들이 Istio에 대해서는 아직 큰 관심을 안 갖고 계신 상태인 경향이 있어 그나마 부족한 내가 빠르게 학습해서 기여해볼 수 있을만한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 이 부분을 열심히 공부해나가고 있다.
선택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나열해보자면 정말 많은데 다음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많은 것들 중에서 Linux와 Istio 두 개만 선택해 집중해보고있다! (사실 Linux도 거의 못 보고 있긴하다.)
- k8s의 기반지식들 - k8s를 참 잘 쓰고 있지만 그 기반지식은 좀 약한 편이다. 이런 것들도 알아가면 좋긴하겠지만 아직 얘네를 챙길 여유가 없다 ㅜㅜ
- Kafka, Zookeeper, 합의 알고리즘 - kafka를 운영하고 있고, 대략적인 개념은 알지만 내가 직접 써본 적은 없는 게 아쉽다. 또한 kafka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zookeeper을 써볼 수 있는 곳이 많을 것 같은데아직 잘은 모르는 상태이다.
- datadog, prometheus, grafana, … 와 같은 모니터링, 시계열 DB들 - 잘 돌고는 있는데 다른 분들이 주로 맡아주시고 계신다…
- CouchBase, CockroachDB - 위와 마찬가지.
- Spring, Golang을 비롯한 개발 - 유의미한 개발을 해볼 기회가 없다. 정말 좋아하는 걸 개인적으로 사용해보려고 만드는 게 아니면 딱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 알고리즘 공부 - 딱히 업무에 필요 없는 것 같고, 이직 생각도 없어서 안 하고 있다.
- …
끝으로 세 번째, “운동을 소홀히 하지 말자.”
솔직히 요즘은 취미 생활이 운동 → 기타로 조금 가중치가 이동된 상태라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쉽지가 않은 듯하다. 회사 다니기 전에는 일주일에 5번정도 했던 것 같은데 솔직히 그건 무리인듯하고 3~4번이라도 하려했는데 아무래도 1~2회로 줄여서라도 꾸준히 해나가야겠다. 기타를 거의 주 5일 치다보니 기타까지 치고 운동까지 하긴 무리가 있다. 그래도 기타 실력이 많이 늘었으니 만족~ 🙂
요즘 나는 어떤가..
사실 요즘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행복하긴 합니다. ㅎㅎ) 팀원이 맘에 안든다거나 철 없는 상상과 다른 사회 생활에 낙담을 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생각보다 내 어깨가 무겁고 앞으로의 일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조금은 자신이 없고 막막하기도 해서 이렇게 글을 적어보게 됐다…
입사 초기에는 “저 이거 했어요! 괜찮은지 봐주시고 approve해주시면 적용하겠습니다!” 이런 가벼운 자세로 업무를 했던 것 같고 그닥 크리티컬하지 않은 부분들을 작업했으며 리뷰어분께서 많은 부분을 바로 잡아주실 수 있었기에 부담이 적었고 따라서 마냥 재미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후로 몇 달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때로는 나도 리뷰어가 되어 누군가의 작업을 면밀히 검토해야하기도하고 팀을 대표해 면접에 들어가 면접자분의 합불 여부를 판단해야하기도 하고 크리티컬한 작업을 담당하게 되기도 하고 내 판단을 모든 팀원들이 믿어주고 함께 한 배를 타고 가게 되기도한다.
생각보다 어깨의 무게감이 빠르게 무거워진 감은 있지만 그래도 뭐 누리고 있는 것에 비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이고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어디가서는 신입이 못해볼 값진 경험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나의 이런 업무를 부러워하는 지인들이 분야를 막론하고 많이 존재하기도 한다! ㅎㅎ 이 글을 계기로 좀 더 힘내고 계속해서 꾸준하고 성실한 능력있는 팀원이 되어야겠다. 😆
남은 2022년에 대한 계획
일단 슬로건은 “열정을 잃지 않고 열심히 즐기면서 공부하는 엔지니어가 되기”로 해야겠다. 솔직히 게임회사에 다니다보니 더 게임이 하고싶기는 한데… 여유가 많지 않다보니 게임은 이번 추석 연휴까지만 하고 남은 한해 동안은 게임은 끊고 공부를 좀 열심히 해야할 시기인듯 하다.
- 기술 관련 전문 서적 읽기
- Istio in Action 책 완독하기
- 선배님이 추천해주신 운영체제 책 완독하기
- 취미 생활 꾸준히 유지하기. 게임은 줄이더라도 취미 생활은 꾸준히 유지해야겠다. 평생가는 교양이자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 및 체력이라고 생각한다.
- 기타
- 운동
- 컨퍼런스 영상 보고 후기 남기기
이제는 단순히 기술 자체를 설명하는 영상보다는 발표자가 겪은 문제 상황, 고민, 시도, 해결책, 느낀 점 등이 잘 들어난 컨퍼런스 영상을 보고 후기를 남겨볼까한다.
내후년쯤엔 나도 연사자로서 컨퍼런스에 참여해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 밑거름이 되어주지 않을지..!
마치며
원래는 칭찬만 하는 회고보다는 잘 못한 점을 짚고 넘어가고 다음엔 잘해보자 식의 회고를 적어보려 노력하는 편인데 이번 해는 너무나 행복한 해였어서인지 잘했다 잘했다!만 하다가 끝난 회고가 아닌가 싶기도하다.
취준하면서 많은 회사를 넣었었고 많은 회사 면접을 보면서 내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는 어디일지 꽤나 고민했고 열심히 알아봤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현재의 회사에 오게 됐고 훌륭한 리더들과 훌륭한 동료들이 있어 든든하고 늘 곁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좋은 보상과 대우로 인해 업무에 몰두하기도 좋은 환경이며 맡고 있는 업무도 재미있고 도전적이어서 올해는 참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중간에 조금은 힘들다 책임감이 크다 뭐 그런 내용을 적기는 했지만 아주 행복한 와중에 그런 부분도 있다는 것일 뿐이고, 조금은 내가 오바한 걸 수도 있어서 혹여 우리 팀원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우리가 진수님한테 그렇게 책임을 넘겨드렸나 싶어 걱정할 수도 있을텐데 그냥 잘 해내고 싶어서 괜히 나 혼자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ㅎㅎ
7월은 Istio와 씨름한다고, 8월은 OAuth 2.0, OIDC와 씨름한다고, 9월은 장염 이슈 + 새로운 아키텍쳐 설계로 인해 조금 계속해서 다다다 달려온 느낌인데 지치지 않고 뽜이팅하기!!!